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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의 편지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12-10-10 / 조회수 : 1742

시월의 편지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가을입니다.

다들 경제적으로 힘들어 해도 추석만큼은 풍요롭고 여유로웠던 것 같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며 나는 아름다운 오늘을 선물 받았습니다.

풍요로움...

이것은 우리 모두의 바람일 것입니다.

오늘 아침 봉인사 종무소 앞마당을 쓸며 새소리를 듣습니다. 정겹습니다.

이상하게도 마당을 쓸고 새가 우는 소리를 듣는 이 순간이 풍요롭게 느껴졌습니다.

풍요로움이란 이렇게 연결됨을 자각할 때 느낄 수 있는 감정인가 봅니다. 돈이 많아서도 명예가 높아서도 느낄 수 없는 풍요로움은 시시각각 이렇게 연결감 속에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가족 간의 연결감, 일과의 연결감, 내 자신 육체와의 연결감, 여기서 저는 풍요로움을 발견합니다. 소외되고 슬프고 고독하고 세상에서 버려진 느낌 속에서는 풍요로움이란 발견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가족이나 친구로 부터 다정한 전화를 받을 때 기쁨을 느끼게 되며 넉넉한 마음이 싹트게 되지요. 그 이유는 연결감을 느끼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통화도중에 듣기 싫거나 피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으면 불편함을 느끼며 빨리 끊고 싶을 것입니다. 그 이유는 단절감을 느끼기 때문이겠지요.

이렇게 우리는 연결감 속에서 풍요로움을 느낀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할 것입니다.

가을 이라는 이 계절에 얻는 결실은 결국 풍요로움을 의미 합니다. 그 풍요로움은 자연이 주는 선물이고 자연과의 연결 속에서 받게 되는 결과물입니다. 모진 비바람 폭풍으로 근심걱정 불안이 많을 때에는 자연을 원망하기도 하지요.

자연이 우리를 상처주고 있는 기분이 들고 결국 수확은 줄어듭니다.

우리 삶 속에서도 근심 걱정 불안이 단절감을 낳습니다. 관계가 소원해 지고 서로간의 결실은 줄어듭니다.

연결감이란 사랑의 다른 표현입니다.

연결감이란 기쁨과 풍요로움을 낳게 합니다. 넉넉한 마음이지요.

마음이 닫히면 단절감과 소외감을 느끼며 원망하는 마음이 싹틉니다. 이럴 때는 넉넉함이나 풍요로움이 자리할 수 없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요.

연결감... 이것은 우리 삶의 아름다운 관계를 형성하게 합니다. 기운이 솟고 삶이 즐거워집니다.

단절감... 이것은 상처를 주고받으며 미워하는 관계를 형성합니다. 삶이 지치고 힘이 듭니다.

그렇다면 연결감이 아닌 단절감이 왜생길까요?

기대치... 누군가에 대한 기대. 기대치가 크면 욕망이 됩니다. 사람 뿐 아니라 일이나 상황에 대해서도 나름대로의 기대치가 있습니다. 그 기대치에 못 미칠 때 우리는 상처받기 쉽고 화내기 쉽습니다.

그렇다고 기대하는 마음 없이 살순 없겠지요.

중요한 것은 내가 사람이나 무엇인가에 기대하는 것이 있듯 상대방도 기대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 인식은 선택이 아닌 지각입니다.

나는 오늘아침 마당을 쓸며 새가 우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새는 아름답게 법문을 해 주었습니다. ‘자연은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 자신을 표현하고 있다고, 연결감만 느끼면 온통 풍요로움 뿐’ 이라고 말입니다.

가을입니다. 결실이 있는 계절입니다. 오늘 나는 연결감 속에서 살고 있는지 단절감 속에서 살고 있는지 점검해 볼일입니다. 그에 따른 결실은 각자의 몫입니다.


사람은 자기의 욕망 때문에

자연을 망가뜨려도

자연은 복수할 생각을 하지 않고

인간은 자연에 침을 뱉고 똥을 누어도

자연은 묵묵히 받아들일 뿐.

숲속엔 수 많은 나무와 풀과 꽃과 이끼가 있지만

어느 것 하나 서로를 무시하거나 시기 하는 일이 없다네.

크고 곧음을 부러워하지도 않고

작고 휜 자신을 비하 하지도 않는다네.

자연은 그저

그렇게 거기에 있는데

나는 왜 이렇게 자연에서 떨어져

세상과 다투고 있는가?

삶은 투쟁인가

삶은 배움터인가

삶은 놀이터인가

이 아침에 연결감을 느끼게 해준 새의 법문에 감사와 풍요로움을 느껴봅니다.

-초선당에서 적경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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